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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부산물이 신약?…버릴 것 하나 없는 '미세조류'(03.02)

김승욱 고려대 교수팀, 미세조류 당으로 '항생물질' 생산 연구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지원, 미래 고부가가치자원 발굴 주력

김지영 기자 orghs1234@hellodd.com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 김승욱 고려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 김승욱 고려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다 쓴 물건을 버리지 않고 다른 용도로 바꾸어 쓰거나 고쳐 다시 쓰는 '재활용'. 나에게 쓸데없는 물건이라 해도 다른 곳에서 의미 있게 쓰인다면 이처럼 좋은 리사이클도 없지 않을까.

 

 

과학기술계에서도 원래 목적을 달성한 후 나온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연구자가 있다. 김승욱 고려대 교수팀이 바로 그 주인공. 김 교수팀은 버리기 아깝지만 활용도가 다소 떨어지는 부산물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김 교수팀은 화석연료 고갈과 환경문제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바이오매스'중 하나인 미세조류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버려지는 혼합당을 이용해 항생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또 농업폐기물로부터 고부가가치 생산물 원료인 당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발표해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의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에너지 생산 후 버려지는 부산물로 1석 2조 연구를 진행하는 김 교수를 만나봤다.

 

◆ 값비싼 원료 대체하는 '혼합당' "부가적 이익창출 가능"

 

김승욱 교수는 폐목재, 톱밥 등 목질계 자원에서 에너지를 얻는 2세대 바이오매스와 미세조류인 3세대 바이오매스 등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단장 양지원)의 지원을 받아 '미세조류 유래 혼합당 전환공정 및 베타락탐(β-lactam) 중간체/아미노산 전구체 생산 시스템 구축'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는 미세조류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당으로 베타락탐계 항생물질인 CPC(세팔로스포린 C)를 생산하는 것이다. CPC 자체만으로는 신약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김 교수팀은 얻어낸 CPC 화학구조에 변화를 주어 항생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김 교수는 "항생제로 널리 알려져 있는 페니실린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 구조를 바꿔 이용하고 있다"며 "우리도 미세조류의 당을 CPC로 생산한 후 구조를 바꿔 실제 약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조류와 의약품의 연관성은 다소 낮아 보이지만 최근 미세조류에서 비롯된 의약품 비중이 점차 증가되는 실정이다. 김승욱 교수팀에 따르면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8750억 달러이며, 그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비중은 2006년 10.9%에서 2010년 16%로 성장했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 실적도 연 22.26%씩 성장하고 있는 등 2020년경 바이오의약품이 의약품 시장의 3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 실험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 김 교수 실험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특히 항생제는 세계 의약품 시장의 4.2%를 차지하며, 그 중 CPC가 40%, 페니실린이 22.5%, 테르라사이클린이 5% 등의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김 교수팀은 CPC 생산과정에 필요한 아미노산과 오일 등 값비싼 물질대신 바이오디젤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해 CPC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를 세계최초로 시도해 개발에 성공, 특허등록(글리세롤을 이용한 세팔로스포린 C의 제조방법)을 마쳤다.

 

또 미세조류에서 유래되는 다당류와 단당류 생산 및 유용물질 전환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기존의 분해효소 생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전자 재조합 한 결과 고비용의 수지사용 대신 상대적으로 단가가 매우 저렴한 셀룰로오스를 이용한 저비용의 정제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은 고활성의 효소복합체를 이용한 높은 분해효율을 이용한 경제적인 생물학적 전처리 기술을 지원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이 연구는 바이오디젤 합성에서 생성되는 폐자원인 혼합당과 글리세롤을 이용함으로써 항생제 생산이라는 고부가가치 물질로 부가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연구를 하기 위해 김 교수팀은 미세조류에서 최적화된 당을 분리하기 위한 조건 확립에 먼저 성공해야만 했다. 연구팀은 연구 과정에서 과량의 미세조류를 사용한 만큼 환원당의 양은 증가하지만, 가수분해 효율은 증가하지 않음을 발견, 고/액비 100 g/L의 비율로 산 가수분해 하였을 때가 가수분해 효율이 95% 이상으로 최적 비율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김 교수는 "우리는 미세조류를 생산하지 않고 다른 연구팀에서 받아 사용하는데 거기에서 오일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당류가 나오게 된다"며 "이러한 당들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열과 시간, 촉매사용 등이 필요한데 너무 과해도 적어도 안 된다. 우리는 가장 높은 효율로 당을 얻어낼 수 있는 조건을 찾아 가수분해 최적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상용화 가장 큰 목표 '산업계 활용 연구 추진'

 

김 교수는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에 소속되기 전 주로 목질계인 2세대 바이오매스 연구에 주력했다. 목질계 바이오매스와 미세조류는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변수들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확립해 나갈 수밖에 없었지만, 지난 연구에서 쌓아온 기본적인 분석방법과 기술, 그리고 아이디어 등을 활용해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앞으로 김 교수는 연구 성과가 사업화 될 수 있도록 확장된 산업화 규모에서 공정최적화를 시킬 예정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미래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미세조류 유래 혼합당 전환공정 및 베타락탐(β-lactam) 중간체/아미노산 전구체 생산 시스템 구축'연구를 진행 중이다.<사진=김승욱 교수팀>

▲ 김 교수 연구팀은 미래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미세조류 유래 혼합당 전환공정 및 베타락탐(β-lactam) 중간체/아미노산 전구체 생산 시스템 구축'연구를 진행 중이다.<사진=김승욱 교수팀>

 

그는 "상용화가 가장 큰 목표"라며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실험이 연구실에서 이뤄졌지만 어느 정도 기술을 확립했으니 규모를 확장시켜 산업계에서 활용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단을 통해 목질계 뿐만 아니라 미세조류 유래 당을 다루게 되면서 CPC 및 다른 물질들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며 "앞으로 산업 부산물이 미래의 중요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