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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8th, 에드윈 허블과 생상스의 만남

 

 

Scientist, Music ver. - 8th, 에드윈 허블과 생상스의 만남

 

안녕하세요~ DJ 사내기자 김미현입니다.
한동안 인사가 뜸했었는데 더운 날씨에 안녕하셨어요?
큰 비가 한번 내리더니 이제 더위도 한숨 쉬고 지나가려나봅니다.
더위에 비에 휴가는 잘 다녀오셨나요?


오늘은 여러분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나누어볼까 합니다.
과학자 중 한사람과 그와 연결고리 있는 음악가 한사람을 짝지어보겠습니다.

제목에서도 보셨겠지만 이번에 소개해드릴 과학자는 허블입니다.
익숙한 그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미국의 천문학자입니다.
그렇다면 에드윈 허블과 생상스 사이에 어떤 만남의 고리가 있을까요?

 


에드윈 허블(1889.11.20~1953.9.28)은 미국 몬태나 주에서 태어나
법대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변호사가 되었으나 천문학에 대한 흥미로
1914년부터 천체관측에 몰두, 세게1차대전 후 1919년 윌슨산 천문대의 연구원으로
본격적인 천문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는 1920년대 초 소용돌이 성운(안드로메다 성운)을 관측하던 중
수축과 팽창을 거듭함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합니다.
허블은 이 광도와 별의 주기의 관계를 기초로 거리를 측정하는
시선속도(물체가 시선방향으로 운동할 때의 속도)와
적색편이(은하관측 시 먼 곳의 성운의 스펙트럼선이
파장이 약간 긴 쪽으로 몰려있는 현상)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여
안드로메다 성운이 지구로부터 90만 광년 떨어져있다는 것을 밝혀내었으며
이로써 그는 기존의 우리 은하 밖에 다른 항성계의 존재를 증명해냈습니다.

 

또한 은하들의 스펙트럼선에 나타나는 적색이동과 도플러현상을 기초로
‘먼 은하일수록 큰 속도로 멀어지며,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내용의
<허블의 법칙>을 정립하여 우주팽창설에 관한 기초를 세웠습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인물 카미유 생상스(1835.10.9~1921.12.16)를 소개하겠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모차르트와 비견될 정도로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두 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타고난 재능으로
4살에 이미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의 피아노 파트를 연주했으며
12살에 파리음악원에 입학하여 타고난 음감으로 작곡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18세에 제 1교향곡을 작곡하여 -‘천재는 단명(短命)한다’는 말이 무색하도록-
86세까지 천수를 누리며 교향곡, 행진곡, 협주곡, 가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아름다운 곡들을 작곡하여
 고전주의 양식의 음악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프랑스의 근대음악의 기초를 잡고 그 음악이 발달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는 ‘죽음의 무도’를 비롯하여 ‘동물의 사육제’, ‘알제리’와 같은
아름답고 섬세한 곡들을 남겼으며 그의 음악은 관현악기의 화려한 표현이 특징입니다.


특히 <죽음의 무도>는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팅 곡으로도 유명한데요,
이 곡은 고전주의가 끝나고 낭만시대가 오면서 생긴 새로운 음악장르로
표제음악적(곡의 내용을 암시-설명하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주의 구조와 크기, 진화의 과정을 밝히는데 앞장섰던 천문학자 허블과
동물의 사육제로 유명한 음악가 생상스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 두 사람에게는 별에 관한 끊임없는 동경과 열망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법을 전공한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음에도
별에 관한 열정과 호기심으로 천문학자가 된 허블.
천문학에 비상한 열의를 가지고 타고난 재능으로
프랑스 천문학회 회원임과 동시에 별을 그리는 듯한 음악을 작곡한 생상스.
특히 생상스는 종종 연주회를 잊어버리고 천문학자들을 쫓아 별을 관측하러 가거나
화산 폭발을 보기위해 탐사단에 참여하여 몇 달씩 소식을 끊고 여행하는 등
호기심이 많고 학구적이며 적극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만 하면 별모양 닮은꼴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들에게 과연 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생상스는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비범함으로 피아노와 오르간은 물론
작곡과 같은 음악적인 감수성이 풍부했습니다.
동시에 수학, 역사, 철학과 같은 학문에서도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런 생상스에게 별과 천문학이란 눈이라는 감각기관으로 흘러들어오는
황홀한 교향곡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었겠지요.


허블의 경우 별, 천문학이란 어린 시절에 관한 향수와 많은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그가 처음 했던 법에 관한 공부는 그의 아버지의 뜻이 더 강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줄곧 하고 싶어 했던 천문학의 길에 들어선 허블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 별이란 너무도 재미있고 행복한 지난밤 꿈꾸었던 어린 시절에 관한 추억,
천문학이란 그 몽환적인 추억을 실현시키는 실현점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어딘가의 천문학회 같은 곳 천문대 같은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쳐 인사를 한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두 사람 다 별을 꿈꾸고 별을 노래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각자 나름대로 별을 사랑하는 두 사람의 삶에서
작은 소년들이 별을 타고 노닐고 있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두 사람의 기묘한 닮은 점을 찾아내어 글을 쓰면서
저는 어쩌면, 고요한 여름밤 혼자서 별을 관측했을 허블의 연구실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종종 생상스의 곡이 흘러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그 여름밤 허블이 들었을 곡을 함께 감상해주세요.
그리고 잠깐 시원한 여름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Saint-Saens: 'The Swan' (생상 - '백조' 권순훤, 김영민 연주)

 


 

** Saint-Saens Danse Macabre by Clara Cernat and Thierry Huillet

 


 

** Stern - Saint-Saens - Introduction & Rondo Capriccioso